제34주년 6·10민주항쟁기념행사위원회 출범선언문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전국 기념계승 기관·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여러분, 다시 6월이 왔습니다.
34년 전 오늘, 우리는 굴종의 역사를 떨쳐내고, 권리와 책임을 가진 민주 시민으로 태어나기 위해 광장에 서 있었습니다. 가슴속에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간직한 채 엄혹한 군부독재에 맨몸으로 맞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민이 승리하는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냈습니다. 1987년 6월 우리들은 압제로부터 생명과 안전을 지킬 권리, 언론·출판·집회·결사와 표현의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스스로 쟁취 했습니다.
뜨거웠던 우리의 열망은 34년이 지난 오늘도 민주, 자유, 평등, 연대의 여러 모습으로 우리 시민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땅을 넘어 홍콩, 필리핀, 태국을 거쳐 미얀마에 이르기까지, 압제에 대항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꿈꾸는 많은 나라의 시민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34년 전 우리들의 꿈은 이제 우리의 삶이 되고,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되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제34주년 6·10민주항쟁기념주간>은 “민주주의 바람되어 – 역사에서 일상으로”를 그 기치로 삼았습니다. 민주주의는 교과서 속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바람이 되어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의 일상 속에 살아있음을 함께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 민주주의가 산들바람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국민은 자발적으로 서로를 도우며 격려하였습니다. 인권이 위협받는 일이나 불의한 사건 앞에서는 시민의 분노가 매서운 북풍처럼 일어서는 것도 보았습니다. 민주주의의 바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로이 헤엄쳐 다니며, 필요한 곳에서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고, 사회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고, 불의를 일깨우며, 모두의 권리를 깃발처럼 나부끼게 하는 시민의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6·10민주항쟁’의 정신을 다시 기억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제34주년 6·10민주항쟁기념행사위원회>를 출범합니다. 행사위에 참가한 모든 단체들은 이 자리에서 함께 <제34주년 6·10민주항쟁기념주간>을 선포하고, 6월 1일부터 30일까지 그 의미를 되새겨 기념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14개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명하여 참가함으로써, 전국 기념·계승 단체와 더불어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사위는 전국 각지에서 기획하고 준비하는 행사를 공유하고, 서로 도우며 시행해 나갈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6·10민주항쟁’ 34주년을 맞이하여 전국에서 준비한 기념식과 기념행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십시오. 행사위원회는 해마다 전국 시민사회의 더 많은 단체들과 연대하는 ‘6·10민주항쟁기념주간’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87년 6월의 그 뜨거웠던 열망을 기억하며, 모두가 어우러져 민주주의의 여정을 함께 할 때, 이 땅의 민주주의가 더욱 견고하고 굳건하게 우리의 일상에 뿌리내리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21년 6월 1일,
제34주년 6·10민주항쟁기념행사위원회 참여단체 일동